미국 멧돼지 고기가 '형광 파랑색'으로 변했다... 먹으면 죽는다

2025.08.20. 오후 05:40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멧돼지의 살과 지방이 선명한 형광 파란색으로 변색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견되면서 보건 당국이 긴급 경보를 발령했다. 이 현상은 독성 살서제 오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KTLA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카운티 일대에서 주민들과 사냥꾼들이 살의 색이 파란색으로 변한 멧돼지를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현지 야생동물 통제 업체 대표 댄 버튼은 "그냥 약간 파란색이 아니라 선명한 형광 블루였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이 같은 현상은 살서제 '디파시논(diphacinone)'이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디파시논은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농가와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화학 물질로, 일반적으로 형광 색소가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이 살서제가 든 미끼를 직접 먹거나, 이미 중독된 설치류를 섭취하면서 체내에 독성 물질이 축적된 것으로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어류·야생동물부(CDFW)는 즉각 경보를 발령하고 사냥꾼과 주민들에게 "형광 파란색 고기를 발견하면 절대 섭취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독극물은 조리 후에도 남아 있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 모두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파시논은 체내에서 심각한 내출혈을 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치명적 용량에 도달하려면 여러 차례 섭취가 필요하지만, 오염된 고기를 먹은 사람이나 동물은 무기력 등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 같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잡힌 멧돼지의 체지방이 형광 파란색으로 변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2018년 조사에서는 야생 멧돼지의 약 8.3%에서 살서제 잔여물이 검출되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캘리포니아 주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2024년부터 디파시논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에도 유사한 신고가 이어지면서 현지 보건 당국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몬터레이 카운티 전역에 관련 경보가 발령된 상태로, 당국은 추가 오염 사례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멧돼지뿐만 아니라 이들을 포식하는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독성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수나 토양 오염으로 이어질 경우 더 광범위한 환경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최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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